월스트리트의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킬 때, 제 책상 위의 블룸버그 터미널 화면은 마치 B급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새빨간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들이켜던 제 손이 멈칫했죠. 여러분, 안전벨트 꽉 매십시오. 우리가 방금 목격한 것은 단순한 시장의 변동성이 아닙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무려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재무부와 일본 재무성이 손을 맞잡고 외환시장에 등판한, 그야말로 매크로 경제의 ‘어벤져스 어셈블’ 급 스펙터클이었으니까요. 엔/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157.6으로 3.8%나 수직 낙하하는 것을 보며, 저는 직감했습니다. ‘아, 영끌해서 엔비디아에 몰빵했던 야수의 심장들이 지금쯤 마진콜(Margin Call)의 지옥불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자, 상황을 복기해 봅시다. 워싱턴에서는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의 눈치 없는 불청객 때문에 금리 인하라는 파티용 펀치볼을 굳게 잠가버렸습니다. 금리를 동결하며 매파적 발톱을 숨기지 않았죠. 마치 통금 시간을 어긴 자녀에게 자동차 키를 압수하는 엄격한 부모님 같달까요? 반면, 바다 건너 도쿄에서 일본은행(BOJ)은 정책 금리를 1%로 얌전하게 유지했습니다.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1%라는 숫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거대한 도박판, 즉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의 뇌관을 건드리는 방아쇠가 되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뭐냐고요? 아주 쉽게 설명해 드리죠. 이자가 싼 엔화를 왕창 빌려서, 그 돈을 달러로 바꾼 뒤 수익률이 끝내주는 미국 나스닥의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같은 주식에 ‘몰빵’하는 월가 형님들의 전통적인 꿀알바입니다. 금리 차이도 먹고 주가 상승도 먹는 양방향 뷔페였죠. 하지만 엔화가 불량 청소년처럼 끝없이 약세를 보이자, 인내심이 바닥난 미국과 일본 당국이 합동으로 몽둥이를 들고 나선 겁니다. 시장에 달러를 던지고 엔화를 폭풍 매수하는 ‘환율 발작’ 처방을 내린 것이죠. 순식간에 엔화 가치가 3.8% 급등하면서, 싼 맛에 엔화를 빌렸던 헤지펀드들은 갑자기 갚아야 할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포에 직면했습니다.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 청산(Unwinding)’의 헬게이트가 열린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태평양 건너 아시아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주목해야 합니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요? 당장 한국의 여의도와 강남에서 ‘존버’ 중인 동학개미들에게는 미묘한 바람이 붑니다. 엔고 현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피 튀기는 점유율 전쟁을 벌이는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에게 단기적인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한국의 테크 거인들은 도쿄일렉트론, 무라타 같은 일본 경쟁사들의 수출 단가가 비싸지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볼 것입니다. 일본 자동차가 비싸지면 현대차의 가성비가 빛을 발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릅니다. 문제는 유동성입니다. 월가에서 마진콜을 당한 기관들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먼저 던지는 주식이 무엇일까요? 바로 수익이 많이 난 테크주, 즉 나스닥의 주도주들입니다. 엔비디아와 애플이 흔들리면, 글로벌 IT 공급망의 최전선에 있는 삼성과 하이닉스 역시 외국인들의 ATM 기기로 전락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홍콩 시장을 보십시오. 이미 부동산 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동성이 말라붙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홍콩 항셍지수는, 이번 미일 합동 환율 개입으로 인한 아시아 전역의 자금 경색 우려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월가의 달러 자금이 아시아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당분간 롤러코스터에 탑승하게 될 것입니다. 워시 의장이 물가라는 호랑이를 잡겠다고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한, 달러의 기본 체력은 굳건하겠지만, 이번처럼 인위적인 개입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통제 불능의 쏠림 현상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경고장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서학개미와 스마트 머니들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포트폴리오의 안전벨트를 점검하십시오. 고베타(High-Beta) 테크주에 과도하게 쏠린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할 때입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단 하루 만에 끝나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2011년에도 그랬듯, 거대한 자금의 이동은 수주에 걸쳐 시장에 여진을 남깁니다. 둘째,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지 마십시오.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주가가 갑자기 5~7% 빠진다고 해서 섣불리 ‘줍줍’에 나서는 것은, 마진콜의 연쇄 폭발을 과소평가하는 행위입니다. 시장의 먼지가 가라앉고 펀더멘털이 다시 보일 때까지, 팝콘을 먹으며 월가 헤지펀드들의 강제 청산 쇼를 관망하는 것이 최고급 전략입니다. 셋째, 한국 테크주에 대해서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환율 효과로 인한 단기 반등에 속지 말고, 글로벌 유동성 축소라는 거시적 해일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가진 기업인지 확인하십시오. 결국 워싱턴의 엄격한 아버지(연준)와 도쿄의 참다못한 어머니(BOJ)가 회초리를 든 이 혼돈의 가정사에서, 살아남는 자는 가장 유연하게 현금을 쥐고 있는 자뿐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차가운 정글에서는, 영끌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결국 텐배거(10-Bagger)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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